걷기 재활 기록 1 | 재활병원에서의 걷는 연습
걷기 재활 기록 1 | 재활병원에서의 걷는 연습
재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시 제대로 걷는 것이었다.
걷는다는 건 평소에는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내 몸으로 다시 걸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과 연습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다리에 힘을 주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평행봉을 잡고 다리 힘부터 키우기
재활병원에서는 처음에는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운동보다는 평행봉을 이용해 다리에 힘을 기르는 운동부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는 대학병원 2주일 입원기간동안만 기립기를 했다.
기립기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 서 있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미였는데, 재활병원으로 옮긴 후에는 다행히 스스로 일어서서 설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평행봉을 양손으로 잡고 몸을 지탱하면서 다리를 움직이고, 체중을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 다리로 옮기는 연습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한 동작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의 균형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특히 균형을 잡으면서 다리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서 있어야 했는데, 도무지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조차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걷기 재활의 시작은 결국 다리에 힘을 만들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6개월이 지나고 트레드밀 걷기 시작
그렇게 재활치료를 계속하면서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평행봉을 잡고 서 있던 때와 비교하면 조금씩 몸이 달라졌고, 이후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이용한 걷기 연습도 시작하게 됐다.
트레드밀 위에서 걷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바닥에서 걷는 것과 달리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벨트에 맞춰 계속 발을 내디뎌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장도 됐다.
물론 일반인이 걷는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트레드밀 속도를 0.1 단위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나는 0.3부터 시작해서 퇴원하기 전에는 2.7까지 속도를 높여 걸었다.
처음에는 속도를 조금씩 올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목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니 빠르게 걷는 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중에는 0.3~0.8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경사도를 높여 걷는 방식으로 운동했다.
빠르게 걸으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제 꽤 잘 걷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걷는 사람인 나는 알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무릎 빠짐과 양쪽 다리의 높낮이 차이, 그리고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균형감.
이런 부분은 빠르게 걷는 것보다 천천히 걸으면서 하나씩 교정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빠르게 걸을 수 있는 날에도 운동할 때만큼은 일부러 속도를 낮췄다.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씩 느끼면서 걷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걷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발을 내딛는 동작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때는 그런 변화 하나하나가 꽤 큰 기쁨이었다.
자유시간에도 복도를 걸었다
치료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걷기 연습을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
개인 자유시간에는 병원 복도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운동을 조금씩 했다.
그중 하나가 까치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는 운동이었다.
벽이나 주변을 이용해 균형을 잡으면서 한쪽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다시 내린 다음 반대쪽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식으로 반복했다.
발목과 종아리부터 허벅지, 엉덩이까지 연결해서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려고 했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에 비해서는 왼쪽 다리에서 힘이 들어가는 감각을 확실하게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다리에 힘을 주는 감각을 익히고 균형을 잡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반복했다.
그리고 긴 복도를 따라 직접 걸어보는 연습도 했다.
외래층은 진료가 끝나고 나면 복도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보통은 입원층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는 외래층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운동하기에 좋았다.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단순한 운동이었다.
걷는 게 지겨울 때는 워킹 런지도 함께 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확한 자세의 런지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정확한 자세로 운동하는 것보다는 지지가 잘되지 않는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껴보기 위해 했던 운동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그 긴 복도가 나에게는 하나의 연습장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지,
발을 제대로 내딛을 수 있는지,
몸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는지 하나씩 신경 쓰면서 걸었다.
걷기는 결국 반복이었다
재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걷는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 걷는 것 같은 날도 있었지만, 반대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한 걸음씩 계속 연습했다.
처음에는 ‘걷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조금 더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처음 평행봉을 잡고 다리에 힘을 주던 순간을 생각하면 분명히 달라진 것도 많다.
재활은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매일 조금씩 반복하면서 몸에 다시 움직임을 익혀가는 과정인 것 같다.
평행봉을 잡고 서 있던 시간부터
트레드밀 위에서 한 걸음씩 내딛던 시간,
그리고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계속 왕복하며 걸었던 시간까지.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괜찮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지금처럼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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